
1. 충고를 듣는 순간 드러나는 마음

누군가 내게 고쳐야 할 점을 이야기하면 내용보다 말투가 먼저 들릴 때가 있습니다. 왜 저렇게 말할까, 내 사정은 알고 하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특히 오랫동안 가족을 돌보고 사회에서 책임을 맡아 온 사람에게는 지적받는 일이 자신의 삶 전체를 부정당하는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습관을 돌아보는 일과 지나온 인생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구분할 수 있습니다.
2026년 10월 15일,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에 읽는 루카 11,47-54는 하느님의 말씀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글에서는 본문이 전하는 엄중함을 존중하면서, 일상에서 진실을 듣고 타인의 신앙 여정을 돕는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 제1독서 에페 1,1-10은 이 성찰을 먼저 받은 은총과 감사의 자리에서 시작하도록 이끕니다.
오늘의 묵상을 읽으며 특정한 누군가를 떠올려 비난하기보다 자기 모습을 한 가지 발견해 보면 좋겠습니다. 말을 끊는 습관일 수도 있고, 조언을 먼저 하는 태도일 수도 있습니다. 작은 발견을 실천으로 연결하면 성찰은 막연한 후회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생활의 방향이 됩니다.
2. 기억하는 신앙에서 응답하는 신앙으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언자들의 무덤을 만드는 이들에게 경고하십니다. 이 장면을 단순히 추모 행위의 옳고 그름으로 좁혀 읽으면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본문은 예언자를 죽인 과거의 행동과,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이들을 거부하는 현재의 태도가 이어지는 문제를 드러냅니다. 존경의 표시를 갖추고도 그 가르침에 응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긴장이 있습니다.
우리도 좋은 말씀을 수첩에 적고, 감동적인 문구를 지인에게 보내며, 훌륭한 분의 가르침을 기억합니다. 그 모든 정성은 소중합니다. 다음 질문은 그 말씀이 내 행동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가입니다. 겸손을 이야기하면서 가족의 말을 무시하지 않는지, 정직을 강조하면서 불리한 사실을 감추지 않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신앙의 기억은 오늘의 응답을 기다립니다. 좋은 말씀을 많이 기억하는 하루에 머물지 않고, 그 말씀 때문에 내 말투와 선택이 조금 달라지는 하루를 살아갈 때 기억은 삶에 뿌리를 내립니다. 오늘 한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는 일이 그 응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성찰은 내가 잘한 일이 없다고 단정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이미 받은 가르침을 지금의 상황에 다시 비추어 보는 과정입니다. 어제의 성실함을 인정하면서도 오늘의 부족함을 고칠 수 있습니다. 오래 살아왔기에 배울 수 있는 방식도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3. 엄중한 책임을 오늘의 선택으로 읽기

아벨과 즈카르야를 언급하는 대목에는 피와 박해와 책임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이 무게를 없애고 단순한 마음 관리의 교훈으로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의 뜻을 거부하며 사람을 해치는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먼저 존중해야 합니다. 그 위에서 오늘 우리의 태도도 성찰할 수 있습니다.
이 구절을 근거로 특정 민족이나 신앙 집단 전체에 영원한 죄책을 부과하는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또한 독자가 겪는 질병이나 불행을 조상의 잘못과 연결해 단정할 이유도 없습니다. 묵상의 질문은 지금 내가 확인한 부당함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약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지는 않은가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임에서 자리에 없는 사람을 근거 없이 비난할 때, 사실을 모르니 단정하지 말자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전한 내용이 틀렸다면 같은 사람들에게 정정할 수도 있습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막연히 괴로워하는 감정보다, 내가 한 행동의 영향을 살피고 필요한 수정을 하는 태도로 드러납니다.
가족의 말을 듣는 일에도 분별은 필요합니다. 모든 충고가 옳은 것은 아니며, 폭언을 인내하는 것이 곧 겸손도 아닙니다. 사실은 확인하고, 필요한 경계는 세우며, 그 가운데 내가 고칠 몫을 찾는 것이 성숙한 성찰입니다. 상대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과 내 책임을 인정하는 일은 동시에 가능할 수 있습니다.
4. 지식의 열쇠가 놓여야 할 자리

본문의 열쇠 이미지는 신앙 지식의 목적을 생각하게 합니다. 지식은 내가 얼마나 많이 아는지 드러내는 장식에 머물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이해하고 가까이 다가오도록 돕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성당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 무심코 하는 지적도 처음 오는 사람에게는 높은 문턱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성당에 나오지 못한 교우가 다시 찾아온 상황을 생각해 봅니다. 오랜만이라는 인사 뒤에 곧바로 출석을 따지는 질문을 붙이면 상대는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오셔서 반갑다고 말하고 편히 앉을 자리를 안내하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상대가 자기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었을 때 들어 주는 여유도 환대의 한 모습입니다.
비신자님이 미사나 기도에 관해 질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설명을 확신에 차서 말하기보다 함께 확인할 길을 찾아주는 편이 좋습니다. 본당 사무실이나 교리 안내를 알려주고, 필요하면 함께 문의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 상대를 실망시킬 것이라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차분하고 정직한 안내는 오히려 믿음을 줍니다.
가정에서도 우리는 작은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자녀가 자기 사정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 배우자가 의견을 달리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대화, 손자가 실수해도 설명할 기회를 얻는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옳다는 결론을 서둘러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문은 조금 넓어질 수 있습니다.
5. 먼저 받은 사랑이 회개의 바탕이 됩니다.

에페소서의 시작은 은총과 감사의 시야를 열어 줍니다. 오늘 묵상에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불린다는 사실을, 성과나 체면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모두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초대로 받아들여 봅니다. 잘못 한 가지를 인정하는 일이 나라는 사람 전체를 지우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을 신뢰할 때 책임을 감당할 용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말을 끊어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자녀에게 사정을 충분히 듣지 않았다고 인정하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받은 사랑을 핑계로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태도와, 그 사랑에 힘입어 변화하는 태도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합니다.
오늘 기념하는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아빌라의 데레사로도 불립니다. 기도와 영성의 가르침을 남기고 수도 생활의 쇄신을 위해 힘쓴 성녀를 기억하며, 우리도 기도와 생활의 연결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별한 느낌을 얻었는지보다, 기도 뒤에 이웃을 대하는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피는 일입니다.
기도 중 아무 감동이 없었어도 가족에게 한 번 더 친절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어수선해도 정직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평안은 모든 문제가 없어진 뒤에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도움을 청하고 다시 사랑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자랄 수 있습니다.
6. 오늘 실천할 세 가지와 마침 기도

첫째, 대화 한 번을 끝까지 들어 봅니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상대가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립니다. 곧바로 해결책을 말하기보다 내가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는지 확인합니다. 상대방의 뜻을 정확히 알게 되면, 서로 다른 의견도 조금 더 차분하게 나눌 수 있습니다.
둘째, 구체적인 잘못 한 가지에 대해 사과합니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짧게 밝히고, 상대가 불편했을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곧바로 용서나 화해의 반응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사과 뒤에는 같은 행동을 줄이기 위한 작은 변화가 따라야 합니다. 말을 끊었다면 다음 대화에서는 질문을 한 번 줄이고 기다려 보는 식입니다.
셋째, 누군가에게 길을 안내합니다. 성당에서는 자리나 미사 안내를, 집에서는 낯선 스마트폰 화면을 함께 살펴줄 수 있습니다. 상대가 서툴러도 왜 이것을 모르느냐고 묻기보다 어느 부분이 어려운지 물어봅니다. 그 사람의 속도를 존중하는 친절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환대입니다.
밤에는 오늘 들었던 말, 인정할 책임, 감사한 사랑을 한 줄씩 적어 보십시오. 글을 잘 쓸 필요는 없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날에는 기록을 완벽하게 마쳐야 한다는 부담도 내려놓습니다. 기도는 자신을 평가하는 점수표보다 지금의 마음을 주님께 맡기는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주님, 저희가 진실 앞에서 서둘러 문을 닫지 않게 하소서. 잘못을 인정할 용기를 주시고, 받은 사랑에 감사하며 다른 사람의 길을 열어 주게 하소서. 저희의 지식과 경험이 이웃에게 친절한 도움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오늘의 복음은 형제 자매님께 어떤 실천을 떠올리게 했나요? 한 가지를 골라 오늘 생활에 옮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고감사, 참! 고맙고, 감사하며, 사랑합니다.
성경·전례 자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26년 10월 15일 매일미사. 본문 해설과 생활 적용은 별도로 작성한 창작 묵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