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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와 기도

버티는 것도 신앙입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신심 미사 묵상

새벽미사에 먼저와서 기도하는 이미지

 

요즘 하루하루가 그냥 ‘견디는 것’처럼 느껴지신 적 있으신가요?

아픈 무릎을 견디고,
혼자 먹는 밥을 견디고,
자식 걱정을 견디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의 무게를 견디는 날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버티기만 하는 삶에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흔이 넘은 저도 그런 날이 있습니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마음은 자주 흔들리고, 하루를 살아내는 일 자체가 기도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읽다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만났습니다.


오늘은 어떤 날인가요?

감옥에서도 신앙을 버리라는 회유에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답하셨다고 전해집니다.

오늘 7월 5일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순교를 기억하며 신심 미사를 봉헌하는 날입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인 사제입니다.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사제가 되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남터에서 순교하셨습니다.

사제 생활은 길지 않았지만, 그분의 믿음과 순교는 오늘까지도 한국 교회를 깊이 붙들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 10장 17절에서 22절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세상으로 보내시며 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 말씀은 듣기 좋은 위로만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사람들에게 붙잡혀 갈 것이고, 미움을 받을 것이며, 심지어 가족 안에서도 갈등과 아픔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참 무서운 말씀입니다.
저 같으면 그 자리에서 겁이 났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무서운 말씀의 끝에, 예수님께서는 한 문장을 남기십니다.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마태오 10,22


‘견디다’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순교현장이미지

 

우리는 보통 ‘견딘다’고 하면 이를 악물고 혼자 버티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힘들어도 말하지 않고,
아파도 참고,
외로워도 티 내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견딤은 조금 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두려운 일이 아예 없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고통이 사라질 것이다”라고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들 앞에 끌려가더라도 무슨 말을 할까 걱정하지 마라.
그때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마음에 깊이 남은 생각이 있습니다.

견딘다는 것은 혼자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주님과 함께 버티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견딤의 반대말은 포기가 아니라, 어쩌면 ‘혼자’였는지도 모릅니다.

혼자 견디면 서럽습니다.
혼자 견디면 지칩니다.
혼자 견디면 마음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주님과 함께 견디면, 같은 하루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아픔은 그대로 있어도, 그 아픔 안에 함께 계시는 분을 믿게 됩니다.


우리 나이의 순교는 무엇일까요?

 

우리 나이의 순교는 반드시 피를 흘리는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순교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나는 저렇게 못 한다.”

성 김대건 신부님처럼 목숨을 걸고 신앙을 고백하는 일은 너무나 크고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순교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나이의 순교는 반드시 피를 흘리는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아픈 몸으로도 아침에 일어나 기도하는 것.
서운한 자식에게 끝내 모진 말을 하지 않는 것.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오늘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아도 다시 묵주를 손에 쥐는 것.
외로운 식탁 앞에서도 감사의 기도를 잊지 않는 것.

이런 하루하루가 우리에게 주어진 ‘끝까지 견딤’이 아닐까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사제 생활은 짧았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삶 안에 담긴 믿음의 깊이는 지금도 한국 교회를 살리고 있습니다.

신앙은 길이만으로 남지 않습니다.
신앙은 깊이로 남습니다.

우리의 남은 날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보다, 어떻게 믿고 견뎠는가가 더 깊이 남을 것입니다.

![언덕 위 작은 성당의 일출 이미지]


오늘의 실천 한 가지

지금 내가 견디고 있는 일 하나를 떠올려 보십시오.

오늘 거창한 결심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대신 딱 한 가지만 해 보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견디고 있는 일 하나를 떠올려 보십시오.

몸의 아픔일 수도 있습니다.
가족 걱정일 수도 있습니다.
외로움일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부담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의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일을 마음에 떠올리고, 소리 내어 이렇게 기도해 보십시오.

“주님, 이 일을 혼자 견디지 않겠습니다.
함께 견뎌 주소서.”

저도 오늘 아침 그렇게 기도했습니다.
상황이 갑자기 바뀐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주님께서 문제를 당장 없애 주시지 않더라도, 그 문제를 혼자 지게 하지는 않으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짧은 기도

짧은 기도를 드리는 이미지입니다.

주님,
저희의 하루하루가 버티는 날들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 버티지 않겠습니다.
제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을 믿고,
끝까지 견디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유튜브  마태오라디오 에서도 따뜻한 목소리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 묵상이 마음에 닿으셨다면, 견디기 힘든 날 다시 꺼내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이 묵상은 유튜브 마태오라디오에서도 따뜻한 목소리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아래에 영상 링크를 함께 남겨 두겠습니다.

https://youtu.be/2wHalWoD1qI 버티는 것도, 신앙입니다.

고감사, 참 고맙고, 감사하며, 사랑합니다. 🙏
아멘.